물론 제가 조금 표현들이나 내용을 손보았지만 큰 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1. 문법은 중요하다
대학교 문법 시간에 교수님이 해준 말이다. 어릴 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면 이미 머릿속에 모국어의 구조와 형식이 뿌리 박혀 있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자국어를 대입해서 생각하기에 해당 외국어의 체계와 구조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동의한다. 보통 모국어는 어릴 때부터 많이 쓰이는 문장을 수백, 수천, 수만 번 반복 연습하고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하지만 외국어는 그럴 시간도 없고, 모국어와 전혀 다른 구조 때문에 머릿속에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오히려 정확한 문법 체계를 익히는 게 이런 혼선을 방지하고 더 올바른 외국어를 구사할 밑거름이 된다.
(한글과 영어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해당 외국어가 쓰이는 국가에 체류하더라도 문법을 기본부터 익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외국어 습득 속도는 비교하기가 힘들 정도다.
교환학생이 대표적인 예로서 "가서 배워야지" 하며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간 학생은 영어가 거의 늘지 않아서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2. 듣기는 정체기가 분명히 있다.
1) 음절이 분리되어 들리는 수준
생소한 외국어를 처음 들으면 이게 어떤 언어인지는커녕 그대로 따라 하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해당 언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임계점에 다다르면 그 언어의 음절을 구분해서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인에게 그나마 친숙한 일본어의 경우, 무슨 뜻인지는 잘 몰라도 한 문장씩 듣고 다시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음절을 분리해서 들리는 수준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 해당 언어를 들어야 한다.
2) 의미가 이해되는 단어가 들리는 수준
음절이 구분되어 들리기 시작한 후부터는 외국어를 제대로 공부해야 실력이 향상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부를 수반하면 임계점을 넘어서고 이제는 외국어 듣기에서 단어가 띄엄띄엄 들리기 시작한다. 오히려 이때가 가장 위험할 때다. 단어라는 게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다를 수 있고, 영어의 can과 can’t는 유심히 듣지 않으면 거의 똑같이 발음이 되는 것처럼 어떤 때는 완전히 반대의 의미를 주기도 한다.
3) 연음을 구분해내는 수준
모든 언어든 연음이 있다. 영어도 있고, 한국어도 있고. 이런 연음이 들리고, 연음으로 처리되는 두 단어가 정말 두 단어로 나눠서 들리면 듣기는 이제 다 된 것. 이 1부터 3의 과정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경우가 많다. ‘귀가 트였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임계점까지 공부를 치열하게 해야 가능하다. 그만큼 열심히 했기에 되는 것이지 아무것도 안 하고 넋 놓다 트이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가더라도 한국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맨날 술 마시면 절대로 귀가 뜨일 일 없다.
3. 읽을 줄 알아야 들린다.
쉽게들 읽기-쓰기(문어, written language)가 연결되고 듣기-말하기(구어, verbal language)가 연결된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읽기-듣기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발음기호대로 제대로 읽지 못하면 잘 들리지 않는다. 영어로 예를 들어보자.
manage라는 단어에 a는 두 번이나 들어가지만 두 a의 발음기호가 다르다. 한글로 발음 나는 대로 적어보면 ‘매니지’ 정도가 되겠다. 오히려 뒷 a와 e가 같은 발음(정확히는 manage는 2음절 단어이지만 일단 이해 돕기 위해 한국식으로 적어봄)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manage를 잘못 읽어서 ‘마나지’나 ‘매내지’ 등으로 알고 읽는다면 절대로 외국인이 발음하는 manage를 알아들을 수가 없다.
연음도 마찬가지다. 연음을 내어 읽는 연습을 제대로 했다면 외국인이 발음하는 연음도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I need to work out.’이라는 문장을 우리가 배울 땐 보통 ‘아이 니드 투 워크 아웃’처럼 배우고 읽는데 연음대로 ‘아이 닛투 월캇’처럼 읽는다면 원어민의 발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것. 그래서 제대로 읽는 연습을 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물론 영어를 포함 모든 언어는 지역에 따라 발음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호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 부산말을 쓰는 사람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서울에서 쓰이는 단어로만 구성하고 발음만 다르게 한다고 쳤을 때). 그래서 영어를 배우고자 한다면 한 지역의 발음을 꾸준히 공부하면 충분하다. 아무래도 우리한테 가장 익숙하고, 배울 만한 교재도 가장 많은 미국식 영어를 배우는 걸 추천한다.
4. 음절의 차이(모음의 수가 꼭 음절이 되지 않는다)
한국어는 한 음절이 보통 한 글자다. 그러니까 ‘닭’은 1음절. ‘닭고기’는 3음절이다. 그럼 영어는 어떨까? 아까 위에 예를 든 ‘manage’는 발음 나는 대로 쓰면 ‘매니지’니까 3음절일까? 아니다. 2음절이다. 원어민은 이 단어를 정확히 2음절로 생각하고 발음한다. 더 심한 예로는 ‘great’. 한국어로 발음 나는 대로 쓰면 ‘그레이트’ 무려 4음절처럼 보이지만 고작 1음절 단어다.
영어를 포함해 각 언어는 각기 다른 음절 체계를 가진다. 어떤 언어는 한국어처럼 한 글자에 한 음절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정확히는 1자음+1모음 or 1자음+1모음+1자음 or 1모음), 어떤 언어는 한 글자가 여러 음절을 띄거나 여러 글자가 한 음절을 띄기도 한다.
외국어 발음을 공부할 때는 이 음절의 규칙을 파악하고, 발음기호를 잘 보고, 최대한 음절에 맞게 발음을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great’라는 단어는 ‘그.레.이.트.’를 한 음절 발음할 때의 시간에 욱여넣어 ‘궱’ 뭐 이런 식으로 발음해야 한다는 뜻이다.
5. 시제의 이해
영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시제 부분을 공부하면서부터 좌절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현재분사 같은 것. 한국어에는 이런 표현이 잘 쓰지 않거나 그게 그거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헷갈리며 쓰고 원어민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처음 영어의 현재분사 표현을 봤을 때 이게 뭔가 싶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현재 완료는 또 뭔데.
시제가 다양한 언어는 그만큼 화자가 더욱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예를 들어 문학 작품에서 좀 더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다.
6. 언어의 복잡함과 표현
“복잡한 문법 체계를 가졌다는 건 누구나 한번 그 문법을 숙달하면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고 말하거나 쓰는 것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학 공식에 대입하면 그 답이 변함없이 나오는 것과 같다. 반면 문법 체계가 단순하면 해당 언어의 숙련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더라도 원어민 수준의 해석이나 구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려운 단어를 쓰는 이유는 말을 좀 더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위함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7. 결국 많이 해야 된다
아무리 많은 문법을 익히고 단어를 외워봤자, 외국어를 직접 사용해야 실력이 향상된다. 마치 아무리 연애를 책으로 배워봤자 생기는 건 머리 속에 사는 상상의 여자 친구인 것처럼. 특히 읽기, 듣기(INPUT)보다는 말하기, 쓰기(OUTPUT)를 많이 해야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영어로 말할 기회는 없거니와 쓸 기회는 더더욱 없다. 그리고 영어를 잘 못 하면 이런 기회조차 잡기가 쉽지 않다. 학원에서 회화수업을 듣거나 작문 첨삭을 받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해당 외국어가 쓰이는 국가에서 체류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8. 생각을 영어로
말 그대로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면 보통 생각도 한국어로 하기 마련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 졸려’부터 ‘아침엔 뭐 먹지’ ‘배고파’ 등 모든 생각을 한국어로 한다.
이걸 하나하나 영어로 바꾸는 것이다. 하다 보면 이런 생각(표현)은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또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머릿속에서 노력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영어에 익숙해져 간다. 그러다 보면 말하거나 쓸 때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한국에서 계속 거주한다면 이 방식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생각은 영어로 하는데, 모든 생활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해야 된다면 오히려 더 큰 혼선이 생기고, 바보 같은 행동과 말만 하게 될 뿐이다. 외국에 나간다면 꼭 해보면 좋겠다.
9. 결론
자꾸 모든 항목의 결론이 ‘외국에 나가 살아라’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 어쩔 수가 없다. 언어는 사용하면 할수록 늘고 사용하지 않으면 배우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실력이 떨어진다. 만약 이미 영어를 잘한다면야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면서, 영어로 쓰고 읽고 말하고 들으면서, 영어 실력을 꾸준히 향상할 수 있다.
이렇듯 꾸준히 사용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지 못 하는데 영어를 사용할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영어를 잘 못 하면 계속 사용할 기회는 없어지고, 계속 영어 실력의 부익부 빈익빈만 생길 뿐이다.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결국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함이고 그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은 바로 해당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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